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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형식

나의 원점은 어디일까

seelene 2020. 6. 10. 19:26

2020. 06. 10

오후 7:10 

 

꼭 어디 이야기할 데가 없을 때, 아주 가끔 블로그를 찾는 것 같다. 

로그인하는데 휴면 계정으로 전환돼 있었다고 해서 놀랐다. 블로그 헤비 유저가 되고 싶다는 꿈도 있었는데, 하여간 작심삼일 어디 가겠나. 

 

개인적인 취미를 함께 하자고 제안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예컨대 '나는 혼자서 이렇게 저렇게 하면서 지내! 너도 같이 할래?' 이런 거. 처음부터 혼자 하는 게 슬픈 일이었다면 사실은 함께 하고 싶은 것이었을 테니까. 대신 처음부터 나의 일이었던 것은 나의 것으로만 두고 싶다. 혼자 있을 때의 나를 그대로 두고 싶다. 스스로 다독여 주어야 할 추한 내 모습을 결코 다른 이에게 내보이고 싶지 않고, 타인과 간절히 함께 하고 싶은 것을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즐기고 싶다. 홀로 나의 마음을 자극하는 음악을 듣거나 글을 쓰는 것, 밤에 하루를 마무리하는 것... 그런 것은 나에게만. 함께 분위기를 즐기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웃고, 살결을 느끼고, 사랑을 하는 것은, 다른 사람과 함께할 때만. 

 

그러나 위로받는 일에 대해서라면, 조금 어렵다. 누군가에게 터 놓았는데 그가 내 마음을 알아 줄 때, 벌어진 마음을 찌르르 실로 꿸 수 있을 것처럼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어떻게 해도 나와 타인이 같은 마음일 수는 없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면, 스스로 나약했음을 자인하고 벽장 안에 들어가야만 하는, 그런 상황이 온다. 어둠 속에서 피가 굳을 때까지 기다려야만 하는 것이다. 결국 나를 정당화하는 것은 나뿐이다, 타인과 나눌 수 있는 것은 진실이 아니라 즐거움 뿐이다... 그런 깨달음들. 나만이 혼돈의 상태에 머무르는 감정 그대로 간직해야만 하는, 진실. 

 

그래서 늘 나의 원점을 찾고자 했던 것 같다. 마음의 고향 같은 것. 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편안하게 나를 맞았던 곳. 나만이 나를 위로할 수 있는 종국의 상황에, 나를 확인할 수 있는 무언가.

 

지금은 잘 모르겠다. 오랜만에 책을 샀다. 오랜만에 블로그를 켰다. 오랜만에 일기를 쓴다. 오랜만에, 누군가에게 전화하고 싶다는 마음을 느낀다. 비밀을 고백하고 싶다고 느낀다. 나의 상상 속에서라면 뭐든 다 이룰 수 있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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